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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캠프가 끝난 지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회사에서 코드를 쓰고 기능을 만들며 나름 바쁘게 지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바쁜 것과는 별개로 내가 멈춰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 글은 그 느낌을 마주하고, 루퍼스를 시작하며 쓰는 첫 회고다.

멈춰 있다는 감각

부트캠프 때는 성장하고 있다는 게 매주 손에 잡혔다. 모르던 개념을 알게 되고, 못 풀던 문제를 풀고,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이후 2년간 회사를 다니면서는 그 감각이 옅어졌다. 익숙한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날이 늘었지만, 그건 새로 배우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꺼내 쓰는 일에 가까웠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도 쌓이는 느낌이 없었다. 멈춰있다는 생각은 거기서 왔다.

그리고 AI 앞에서는, 멈춰 있다기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은 다르게 AI를 쓰고 있었다

뒤쳐진다는 느낌의 정체를 들여다보니, AI를 쓰는 방식이었다.

나에게 AI는 질문을 적고 답을 받는 도구다. 막히는 게 있으면 프롬프트를 쓰고, 돌아온 답을 보고, 다시 묻는다. 그 자체로 충분히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다들 나와는 다르게 쓰고 있었다. 누군가는 세션 창을 다섯 개씩 띄워놓고 작업을 굴린다고 했다. 나는 컨텍스트 스위칭이 빠른 편이 아니라 두 개만 돼도 버겁다. 하네스, 스킬, 에이전트처럼 AI를 다루는 새로운 방식들도 계속 나오는데, 이름만 익숙할 뿐 내 작업에 들어와 있지는 않았다.

multi-session-window.png 나는 두 개도 벅찬데…

도구는 같은데 쓰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의 폭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다. 뒤쳐진다는 느낌은 막연한 게 아니라, 여기서 온 것이었다.

그래서, 기본기

처음엔 나도 그 방식들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션 창을 더 띄우고, 새로 나온 도구들을 익히고.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건 끝이 없는 일이었다. 하네스가 익숙해질 때쯤 또 다른 방식이 나올 테고, 그걸 좇는 동안 다음 것이 나올 것이다. 도구를 따라잡는 걸 목표로 삼으면 영원히 따라잡는 입장에 머문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생각했다. 도구는 계속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게 하나 있다.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세션 창을 몇 개 띄우든, 어떤 에이전트를 쓰든, 결국 그 답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가 정해야 한다. 그 판단이 틀리면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는 틀린다.

결국 기본기였다. 새로운 도구를 다루는 법보다, 도구가 가져온 답을 의심하고 검증할 수 있는 힘. 뒤쳐진다는 느낌 앞에서 내가 선택한 건 더 빨리 좇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었다.

다시 루퍼스

사실 루퍼스는 처음 듣는 이름이 아니었다.

1년 전, 루퍼스가 막 시작될 때 이전 부트캠프를 같이하던 동료에게서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는 일이 바빠 흘려보냈다. 마음이 없었다기보다,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제안이 다시 떠오른 건, 뒤쳐진다는 느낌을 마주하고 기본기 쪽으로 마음을 정한 다음이었다. 1년 전과 지금이 달라진 건 시간 여유가 아니라, 이걸 해야겠다는 이유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루퍼스를 다시 신청했다.

첫 주를 보내고

첫 주 과제는 회원가입, 내 정보 조회, 비밀번호 변경. 필드 다섯 개짜리 회원 모델이었다. 듣기엔 단순한 기능이다. 이 과제를 진행하며 했던 고민은 검증은 누가 들고 있어야 하는가에 따로 정리해두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단순하지 않았다. 코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이게 맞나”라는 질문 앞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답을 내고도 다시 의심했고, 의심 끝에 코드를 몇 번씩 수정했다.

평소의 나라면 일단 동작하게 만들고 넘어갔을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고민이 싫지 않았다. 멈춰 서서 한 번 더 묻는 일이, 내가 기르고 싶다고 한 그 판단력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주에 깨달은 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단순한 기능 하나도 제대로 의심하면 며칠을 쓰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며칠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루퍼스에서 대단한 걸 이루겠다는 다짐 같은 건 아직 없다. 다만 매주 조금씩, 어제의 답을 의심해보고 더 나은 답을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쌓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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